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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근속연수 평균 3년5개월, 남직원은 5년7개월


최양하 한샘 회장.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 최근 국내 가구업체 한샘의 한 여성직원이 지난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직장 내 성폭행·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여성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입사동기에 의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으며, 이를 경찰과 회사에 알렸다. 이후 피해자는 올해 1월, 이 사건을 담당하던 사내 교육담당자에 의해 다시 성폭행을 당했으며, 지난 4월에는 인사팀장에게서도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여성친화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한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샘은 그동안 여성 직원들을 배려한 다양한 근무제도를 도입해 여성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혀왔다. 특히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모성보호제도, 출퇴근 탄력제 등을 운영해 고질적인 성차별적 기업문화를 해소하는데 앞장서왔다.

이처럼 여성친화기업으로 알려진 한샘에서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도입해 온 여성친화적 근무제도들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뉴스타임즈>는 한샘의 여직원 근무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한샘의 여성친화적 근무제도

한샘은 여성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여성친화적 근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샘은 서울 방배동 본사에 ‘한샘 어린이집’을 개원해 5년째 운영 중이며, 임직원 자녀 40명이 부모와 함께 등원하고 있다. 특히 위탁업체에 어린이집 운영을 맡기는 타사와 달리, 한샘 어린이집은 직영체제이며 교사들도 모두 한샘 정직원이다. 또한 교사 수가 부족한 다른 어린이집과 달리, 한샘 직영 어린이집은 교사 한 명이 어린이 세 명을 담당할 정도로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샘의 모성보호제도는 임신 중인 여성 직원을 특별히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임산부 단축근로제, 임산부의 심야·주말 근무 제외, 업무시간 중 수유시간 및 태아검진시간 제공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출퇴근 탄력제를 통해 육아·가사 부담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만 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 1년간의 육아휴직도 가능하다. 또한 연 2회, 총 4일의 가족휴가 및 휴가비도 별도 제공된다.

 

◇ 한샘 여성임원 6.1%, 등기임원 모두 남성

한샘이 그동안 여성친화적 기업문화를 위해 노력해온 점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효과를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통해 경력단절을 방지한다는 한샘의 성평등적 기업문화는 효과를 내고 있을까.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한샘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월30일 기준 한샘의 여성 임원 비율은 겨우 6.1%에 불과했다. 등기 임원 9명은 모두 남성이며, 미등기 임원 40명 중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하다. 국내 여성 임원 비율이 약 10%인 점을 감안하면 한샘의 여성 임원 비율은 국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낮은 여성 임원 비율 뿐 아니라 여직원들도 급여·근속연수 모두 남성 직원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연구직의 경우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2030만6168원으로 남성 직원(3287만3583원)의 61.8%에 불과하다. 근속연수 또한 남성 평균이 5년7개월인데 반해 여성 평균은 3년5개월로 여성 직원에게서 경력단절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근속연수가 짧기 때문에 여성 직원의 급여가 낮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2년2개월의 차이가 무려 1.6배의 급여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영업직의 경우, 남녀 직원 모두 평균 1년5개월의 근속연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994만4870원으로 남성 직원 평균 급여(2165만9776원)의 92.8%에 해당한다.

기술직의 경우 유일하게 여성 직원의 급여가 더 높은 직군이지만 기술직 여성 직원은 단 1명뿐이다. 8명뿐인 생산직 여성 직원의 경우, 남성 직원의 80%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 직장 내 성차별 문제 뿌리 깊어

한샘이 그동안 주장해온 여성친화적 기업문화와는 달리, 사업보고서는 오히려 한샘이 다른 국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성차별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샘의 여성 직원들은 남성 직원들에 비해 여전히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더 일찍 회사를 떠난다. 설령 이러한 조건을 감수하며 어렵게 회사생활을 이어나간다 하더라도 임원 승진이라는 보상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문제는 한국에는 한샘처럼 직장 내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면서도, 한샘과 같은 어린이집과 모성보호제도마저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지난 10월18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아시아 1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문제 2007~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일 성평등 지수는 0.38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겨우 10.6%이며, 여성 급여는 남성 급여의 42.7%에 불과하다. 게다가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직원의 낮은 급여와 승진확률, 경력단절이 당연시되는 기업이라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성 직원을 ‘급여도 낮고 생산성도 떨어지며, 곧 회사를 떠날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성폭력을 방지하는 제도를 운영한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최양하 사장은 지난 4일 사내 메일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피해 여성들을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샘이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기업문화를 고수하는 한 소통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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