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진=영화 '천녀유혼' 스틸컷>

중국인의 상상력은 유별난 면이 있다. 중국 고전에 속하는 ‘서유기’ ‘장자’ 등에서 엿볼 수 있듯 그들의 상상력은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다. 하늘 끝부터 바닷속까지 때로는 지구를 떠나 우주까지 날아간다. 지구상의 온갖 동식물은 물론 옥황상제까지 교감한다. 우리나라 고전인 ‘별주부전’도 토끼와 자라 용왕 트로이카가 등장해 해학을 주지만 황당함의 면에서는 중국인의 경지는 타의 주종을 불허한다.


중국 무협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풍이나 경공술, 소리내지 않고 말을 전하는 전음 등은 서구인이 볼 때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겠지만 중국인들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가능하다고 믿는 사고의 저변에는 상상력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의 근저에는 창의성이 깔렸다.


1987년 장국영, 왕조현, 오마 등이 출연했던 홍콩영화 ‘천녀유혼’이 있었다.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타지적인 도배된 내용과 특수효과가 중국인의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요재지이(聊齋志異)’라는 소설이다. 요재지이는 중국 청나라 때 산동 출신이 작가 포송령(蒲松齡)이 썼다.이 작품은 400여 편 이상의 민간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담고 유불도(儒,佛,道) 사상까지 담아 교훈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과 귀신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엄청난 도력을 지닌 도사가 등장, 초능력적인 술법을 부리며 귀신들과 대결을 펼친다. 그런가 하면 날카로운 비평과 풍자도 살아 있다.


영화 천녀유혼 에서 ‘오마’ (午馬) 가 열연했던 도사 ‘연적하’는 갖가지 도술을 부리며 귀신들도 무서워 벌벌 떤다. 난약사라는 폐허가 된 절에서 은거하며 세상을 조롱하는 새외고인의 풍모를 보이는데 이는 당대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비꼬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주자학적 사고가 주류를 이루던 당대에는 패관문학으로 분류되고 정통문학에 비해 통렬한 비판을 당했지만 정작 일반 백성의 그 몽환적인 스토리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요재지이는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힌다. 책의 구성은 귀신, 여우, 신선, 도술, 요괴 등의 이야기로 꾸며지는데 한국판 ‘전설의 고향’를 닮았다. 도력이 충만한 기인이나 신선이 나타나 악을 무찌르고 선한 사람을 구하는 설정에서는 장화홍련의 권선징악과 맥이 닿아 있다.


요재지이 외에도 중국의 4대 기전인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에서 중국인의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서유기를 보자.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무려 72가지 요술을 부린다. 가짜 손오공을 수십 수백명 만들어내는가 하면 관음보살을 타고 구름 위를 날아다닌다. 단순한 허장성세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창의성이 예사롭지 않다. 궁금한 것은 실전이다. 중국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실전에서도 발휘될 것인가? 요즘 주목받는 AI나 4차산업혁명시대에 그 상상력이 접목되면 ‘대륙 굴기’는 현실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예상을 깨는 반증도 존재한다. 바로 짝퉁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짝퉁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자마자 귀신같이 짝퉁을 나와 시장에 유통된다. 중국인들은 그 제품들이 가짜라고 의심하면서 이용한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임성수(중국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knt@kntimes.co.kr

<저작권자 © 코리아뉴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