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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이나 진화론을 따지지 않더라도 인간의 고향은 자연이다. 그래선지 우린 자연을 찾아가면 언제나 마음이 평안해진다. 자연을 늘 찾아가고 싶은데 도시생활에 지쳐 그럴 여유가 없다면 나만의 정원을 가꿔보자. 정원은 제2의 자연(second nature)이기 때문이다. 정원가꾸기를 통해 4계절 꽃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삶이다. 꽃을 가꾸면서 몸은 물론 마음까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꽃가꾸기를 통해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인생은 훨씬 즐거워지고 풍요로워지며 가치있는 삶이 된다. 꽃은 자기만의 향기가 있고 주변을 아름답게 하며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산다. 꽃처럼 사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꽃과 정원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 내 본다.


건강한 대나무숲, 땅속뿌리가 깊고 넓게 퍼지면서 매트를 형성해 태풍이 불어도 끄덕없이 견딘다.

몇 해 전 태풍 곤파스 영향으로 안면도 등 서부지역의 많은 대형 소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광릉 숲에 있던 백년 넘은 전나무들도 많이 쓰러졌다. 어쩌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있다 보니 직풍을 맞은 거겠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많은 나무들이 방향과 관계없이 넘어졌다. 넘어진 곳의 나무들을 보니 뿌리가 문제였다. 눈에 보이는 키나 줄기 덩치에 비해 뿌리가 그렇게 허접할 수 없었다. 숲에 큰 나무들이 워낙 빼곡히 들어 차 있어서 햇빛을 보느라 위로만 웃자란 영향도 있겠지만, 심겨진 곳도 습기가 많아 뿌리가 아래로 깊게 내려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나무, 섬초롱꽃, 금불초, 억새, 민들레... 처럼 줄기가 땅속에 뿌리박는 것들은 대개 심근성으로 자란다. 땅속줄기(근경)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뽑아도 다 뽑히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끄덕없이 견딘다. 뿌리들이 수직으로 자라거나 심근성인 것, 또는 서로 엉켜 매트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도 좀처럼 자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뿌리가 천근성인 것들은 얘기가 다르다. 옆으로 얕게 퍼지며 자라기 때문에 쉽게 쓰러진다. 거기다 심겨진 곳까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습한 곳이면 뿌리가 깊게 자랄 수 없어 키가 커지면서 무게중심을 못 이이고 결국 쓰러질 수 밖에 없다.


꽃은 뿌리가 건강해야 아름답게 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흙속에 뿌리를 박고 살기 때문에 흙 , 꽃은 뿌리가 튼튼해야 잘핀다.

그렇다. 뿌리가 건강해야 줄기며 잎이며 튼튼해지고 꽃도 탐스럽게 핀다. 한 나라에서 도시가 꽃이라면 그 꽃이 사는 흙은 농촌이다. 그러니 농촌이 잘 살아야 나라가 튼튼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땅 독도를 보자. 눈에 보이는 크기는 얼마 안되지만 수면아래 면적이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거대하다. 우린 다른 사람을 겉만 보고 ‘멋지다’, ‘잘생겼다’ 고 평가한다.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내면에 있는데도 말이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내면의 세계가 조금씩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면 깊은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든 나무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건강한 전나무 숲, 극양수 답게 모두 햇볕을 보려고 하늘을 향해 빼곡히 치솟고 있다.

<필자 약력>

송정섭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송정섭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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