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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붕이, 그 작은 꽃들에게 경의를!

분류학이나 진화론을 따지지 않더라도 인간의 고향은 자연이다. 그래선지 우린 자연을 찾아가면 언제나 마음이 평안해진다. 자연을 늘 찾아가고 싶은데 도시생활에 지쳐 그럴 여유가 없다면 나만의 정원을 가꿔보자. 정원은 제2의 자연이다. 정원 가꾸기를 통해 사계절 꽃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삶이다. 꽃을 가꾸면서 몸은 물론 마음까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꽃가꾸기를 통해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인생은 훨씬 즐거워지고 풍요로워지며 가치있는 삶이 된다. 꽃은 자기만의 향기가 있고 주변을 아름답게 하며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산다. 꽃처럼 사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꽃과 정원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이야기를 풀어본다.

꽃 근처에 가까이 코를 대야 향기를 풍겨주는 남산제비꽃.

야생의 꽃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모양과 향기, 색깔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야생화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하늘을 향해 피는 것도 많지만 할미꽃, 은방울꽃, 수선화, 현호색처럼 고개를 숙인 체 옆이나 아래를 바라보며 피는 것들이 많다. 그러니 자신의 꽃핀 각도에 맞게 눈높이를 낮추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참 모습(꽃잎, 수술, 암술)을 보여주는 셈이다.

3꽃이 고개숙여 피는 수선화, 봄의 여왕이다.

사람 눈높이에 서서 할미꽃이나 은방울꽃을 바라보면 그저 별 특징 없는 꽃 목이나 줄기만 보이지만, 자세를 꽃 높이로 낮춰 바라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할미꽃은 빨간 자주색 속을, 은방울꽃은 작은 종같은 방울들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구슬붕이, 봄맞이꽃, 꽃마리는 꽃들이 더 작다. 하도 작아서 서서 지나다 보면 못보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자세를 낮춘 사람들 눈에는 그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남산제비꽃은 꽃에서 그윽한 분 냄새 같은 향기가 난다. 이 향기는 멀리 퍼지지 않아 꽃에서 30cm 이내로 가까이 가야만 맡을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은 향기를 맡을 수 없다.

은방울꽃,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이런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눈높이를 맞출 줄 안다는 것, 이것이 진짜 소통의 시작이다. 어린 자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네 나이 때는 …’ 이렇게 시작한다면 얘기 끝이다. 자녀와의 대화보다는 자녀가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듣기를 바라는 태도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들이 말하는 얘길 잘 듣고 자녀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할 줄 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아빠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믿으면서 공감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직경 1cm 이하의 자잘한 꽃들이 초봄에 바닥에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서 너 살 먹은 자녀의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예뻐 사진을 찍는 부모를 종종 본다. 부모들 중에는 여전히 자기입장에서 서서 찍는 경우가 많다. 아가의 눈높이에서 찍으면 아주 멋지고 편안한 자기 아가의 모습을 찍을 수 있는데도. 사업 파트너와의 토론, 부부, 친구, 회사 동료와의 대화... 거의 모든 상대와의 소통이 다 그렇다. 내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건 지극히 하수다. 상대 입장에서 듣고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안다면 상당한 고수다. 소통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옆에서 옆으로 뻗어가기 때문이다. 이젠 꽃을 볼 때도 눈높이를 맞춰보자.

할미꽃, 눈높이를 낮춰보면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살면서 눈높이 맞출 일이 어디 꽃 볼 때 뿐일까

<필자 약력>

송정섭 이학박사(2000, 서울시립대)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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