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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캡처>

[코리아뉴스타임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장에서 북한 김여정·김영남 일행과 인사 한 마디 나누지 않았던 이유가 밝혀졌다. 펜스 부통령이 그 다음날 김여정과 김영남과 만나기로 사전 합의가 돼 있었던 것.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펜스 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이 한국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전에 비밀 회동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먼저 회동을 제의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이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으나.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 측이 다리를 놨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 등이 논의에 들어갔다.

논의 결과 미국은 북한과 비밀 회동을 갖기로 했다. 회담의 성격 등 의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동을 결정한 것은 북측이 먼저 회담을 제의한 만큼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지도부에 비핵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반응을 떠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비밀 회동 날짜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다음날인 10일 오후, 청와대로 결정됐다. 미국 측에서는 펜스 부통령과 미 국가안보회의 관계자, 미 정보당국 관계자,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북한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회담 개최 2시간 전에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회담을 취소한 이유로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메시지를 꼽았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일본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가장 강경하고 공격적인”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방한 기간에도 탈북자와의 만남, 천안함 기념관 방문 등 대북 강경 행보를 이어갔다.

펜스 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회담을 제의한 쪽이 북한이라는 점, 또 예정된 약속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된 점으로 미루어 다른 사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은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의 회동으로 발언의 수위를 낮추고 평창 올림픽을 선전선동의 무대로 활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있은 후 미 국무부도 북한과 비공개 회동에 합의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근의 이런 흐름에 비춰 미국과 북한간에 본격적인 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길 기자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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