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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우 송하늘의 개인 sns 에 올라온 글 캡처> |
[코리아뉴스타임즈] 배우 조민기씨의 제자 성추행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제자들을 격려한 것일뿐 성추행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되고 있어 조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조씨가 진실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자칫 연출가 이윤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감독은 해명 기자회견을 했다가 더 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연극배우 송하늘이 자신의 SNS에 학창시절 겪은 피해를 털어놓았다. 송하늘은 자신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고 실명을 공개한 뒤 조민기씨로부터 어떤 성폭력을 당했는지 자세하게 밝혔다.
아래는 송하늘이 직접 올린 SNS 글 전문이다.
저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입니다. 2013년,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거든요. 예술대학에서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으니까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습니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습니다. 안 가면 되지 않느냐, 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만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그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학우들에게 연락해 동행하곤 했습니다. 친구와 같이 그 자리에 가는 것, 혼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으로 꺼내주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화장실 안에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혹시나 우리가 얘기하는 소리가 밖으로 들릴까봐 물을 세게 틀어놓고요.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할지 몰랐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습니다. 무력감이 들었습니다. 힘으로 버텨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습니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밤새 뜬 눈으로 조민기 교수가 잠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그 사람이 깰까봐 숨도 죽여가면서요. 그렇게 버티다 해가 뜰 때 쯤 저와 제 친구는 몰래 오피스텔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고, 그날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당시 제 남자친구와 함께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로 불려갔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술이 약해 그 자리에서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혼자 그 상황을 버텨야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너무 무서웠지만 그 어디에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어 조민기 교수는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00이랑 섹스 어떻게 하냐", "00이랑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냐"는 등의 성적인 질문들을 농담이라는 식으로 쏟아냈고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웃음으로 어물쩡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하지 말자. 무조건 버티자는 생각에 무릎을 꼬집어 가며 견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조민기 교수가 취해 침대로 가기에 이때다 싶어 남자친구를 흔들어 깨웠는데 많이 취한 남자친구가 쉽게 일어나지 않자 저를 침대 곁으로 부르더니 홱 가슴을 만지더군요. 제가 당황해서 몸을 빼자 "생각보다 작다"며 웃어넘기려 했고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창피해서 어지럽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서 자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깨워 들쳐 메고는 도망치듯이 오피스텔을 나왔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조민기 교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를 대하더군요. 전날 밤의 성추행범은 온 데 간 데 없이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수차례 다른 선배들과 함께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갔었습니다. 조 교수는 모두가 술이 취할 때까지 계속해서 술을 가져와 먹였고 결국 술에 잔뜩 취한 여자 선배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선배를 들쳐 안고 침대에 눕히고는 나머지 애들은 다 가도 좋다고, 얘는 여기서 재울테니 너희들끼리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선배를 억지로 깨워 데리고 나갔고,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조민기 교수를 마주치면 저를 은근히 무시하거나 눈치를 주었습니다.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저에게 면박이나 창피를 주는 일도 잦았습니다.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습니다. 그 외에도 공연 연습 과정에서 "너는 이 장면에서 이만큼 업이 되어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 발정제를 먹여야 겠다.", "너는 가슴이 작아 이 배역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뽕을 좀 채워 넣어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 어제 00이랑 한판 했냐" 등의 성적인 농담을 모든 팀원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학과 MT때는 맘에 드는 몇 명만 자신의 숙소로 불러내어 음담패설을 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전 학년이 둘러 앉아있는 자리에서 CC인 여학생들을 지목하며 “얘는 00이랑 섹스했대”,“너는 CC를 몇 번 했으니까 00이랑도 자고 00이랑도 잔거야?”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었구요. 수차례 주위에 상담을 했지만 그러게 그 자리에는 왜 갔느냐, 왜 가만히 있었느냐 하는 물음과 질책뿐이었습니다. 교내에서 조 교수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소위 질투를 받을만한 일이었고 유난히 조 교수에게 자주 불려갔던 여학생들은 꽃뱀 취급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소문이 잘 못 날 게 두려워서 입을 다물어야만 했습니다. 그냥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요. "네 몸은 네가 잘 간수해라", "그러니까 네가 조심해라" 라는 충고들이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에서 뿌리치지 못한 내 탓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고 이후에 그런 상황에 놓일 때는 전보다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합리화했습니다. 어리고, 빽도 없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내가 잘못이다. 그러니까 ‘다 내 탓이다.’ 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함께 두려워하고 고통 받았던 수많은 친구, 선후배들의 잘못도 아니고요.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지금 제가 속한 세계에서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꿈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약점이 됩니다.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꾹꾹 참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속에 참고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연기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요. 혹은 아예 꿈을 포기해버리는 일도 더러 있었지요. |
이지은 기자 qoalsgud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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