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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가 서점에 진열된 '화염과 분노'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더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코리아뉴스타임즈]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가 미국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발매된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터셀러에 올랐으며 워싱턴의 유명 서점인 ‘크레이머 북스’와 ‘폴리틱 앤 프로즈’는 판매 시작 10분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독자들은 “해리포터는 저리 가라, ‘화염과 분노’는 어른용 해리포터다” “워싱턴의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하는 기분”이라며 호평했다. 미국인들은 특히 이 책을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트럼프의 성향과 이너서클의 헤게모니 다툼에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이 책이 드러낸 국내정치적 문제보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문제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지난 8일(현지시간) “‘화염과 분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백악관이 주요 대외정책 및 국가안보 관련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으며 그 원인은 트럼프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복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그럴 능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울프의 서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주요 국제사안에 대한 정보보고를 굉장히 지루해 했으며, 심지어 이런 이유로 맥마스터 보좌관을 6주 만에 해임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프는 또 지난해 4월 시리아에서 화학공격이 발생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공격 자체보다도 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에 더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고 서술했다.

사안에 대한 정보 습득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근거는 바로 ‘감정’과 ‘인맥’이다. 시리아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은 화학공격으로 중독된 아이의 끔찍한 사진과 딸 이방카의 감정적 설득에 의해 시리아 정부 폭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아랍권 전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카타르 봉쇄를 지지한 것도 사위 쿠시너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다.

사실이 아닌 감정과 인맥에 근거한 대외정책이 가져온 것은 혼란과 고립이었다. 특히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게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트럼프 정부 대외정책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복스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자문단과의 사전조율 없이 기자회견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무지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반발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프의 서술에 따르면, “화염과 분노” 발언은 백악관 관계자 전부를 당황시켰고, 이들은 모두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 이슈와 떼어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울프는 “북한은 몇 주간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의 중심 주제가 됐다. 북한 문제 자체가 아니라, 북한을 쓸어버리겠다고 나서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문제였다”고 밝혔다.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발언으로 문제가 된 샬럿빌 사태를 화제 전환의 기회라며 환영할 정도였다.

결국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미국 인터넷매체 ‘쿼츠’(QUARTZ)의 5일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백악관을 상대하는 각국 외교 관료들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전 주중멕시코대사를 지내고 현재 워싱턴DC에서 기업 및 정부 자문역할을 맡고 있는 호르헤 가야르도는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누가 무엇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야르도는 이어 “백악관을 방문하는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은 제도가 잘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하고 동의를 얻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대표간의 동의가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하나에 협상 내용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 쿼츠는 트럼프 정부를 겪어온 각국의 외교 관료들이 가진 우려를 울프의 책이 확인해주고 있다면서, ‘미국우선주의’로 국제무대에서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반문맹 지도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칼럼니스트 수잔 글래서 또한 각국 외교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글래서의 인터뷰에 응한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해 “재앙적이다”, “끔찍하다”, “무능력하다” 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비난을 쏟아냈다. 글래서는 “트럼프와 세계에 관해서라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나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미국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 대외정책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울프는 “대선 때나 취임 이후나 한결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점 중 하나는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백악관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이 무지하며,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고 서술했다.

미국의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무시한 채 감정적 선택을 반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하는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뉴요커는 지난 8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기 위한 가장 정교한 전략을 수립했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쿼츠 또한 미국이 혼란스러운 대외정책으로 다른 국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할수록 국제무대에서 더욱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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