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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뉴스타임즈] 소설가 한강의 뉴욕타임즈 기고문이 주목받고 있다. 7일 뉴욕타임즈에 실린 한강의 글 제목은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이다. 기고문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맡았다.

한강은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북한 초토화’ 발언을 비판했다. 트럼프가 "한국은 하나만 안다"며 군사적 수단을 강조한데 대해, 한강은 "한국인들이 뚜렷하게 아는 게 한 가지가 있다.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고 지적했다.

한강은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도,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도, 남한의 학교, 병원, 서점, 꽃집, 극장, 카페는 여느 때와 같이 문을 연다. 어린이들은 노란 스쿨버스에 오르고 창문 너머 부모에게 손을 흔든다. 연인들은 꽃과 케이크를 들고 카페로 향한다. 그런데 이 고요함이 정말 한국인들이 이런 상황에 무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가? 모두가 진정으로 전쟁의 공포를 초월한 건가? 아니, 그렇지 않다.”며 한국인이 느끼는 불안감이 현실임을 강조했다.

한강은 "남한 사람들은 평양이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며 휴전 중이라는 것을 안다.북한을 환상이나 신기루로 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수십 년간 쌓인 긴장과 전율이 한국인들의 깊숙한 내면에 숨어 단조로운 대화 속에서도 갑자기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한강은 강자의 논리에 의한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기고에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 이런 물음은 우리에게 생생한 실체로서 아주 뚜렷하게 다가오고 있다"라고 쓴 것.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민간인을 죽인 노근리 학살 사건도 지적했다. 한강은 “그들이 한국 피난민을 ‘인간 이하’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겠는가”라며 재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강이 뉴욕타임즈에 기고문을 보낸 것은 한반도 전쟁을 원치 않는 한국인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강은 “최근 몇 달 동안 우리는 긴장이 점차 커지는 것을 목도했다.사람들은 집 혹은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방공호를 찾기 시작했다. 추석을 앞두고 몇몇 사람들은 평소 준비하던 과일 상자가 아니라 손전등, 라디오, 구급약, 과자가 든 ‘생존 배낭’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또 “현실의 전쟁이 될 지도 모르는, 점차 고조되는 말의 전쟁이 우리는 두렵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반도의 남쪽에는 5000만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며, 그 중 70만명의 유치원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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