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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랑스 카풀서비스 플랫폼 '블라블라카' 홈페이지 갈무리>

[코리아뉴스타임즈]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 도입을 두고 택시업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국회가 사납금제 폐지 및 완전월급제 도입 등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를 필두로 차량공유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택시 시장이 완전히 잠식당할 수 있다며, 완전월급제 도입만으로는 택시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의 갈등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이 문제로 오랜 사회적 논쟁이 거쳐왔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적절한 중재안으로 타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프랑스의 '블라블라카'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완화하고 성공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도화시킨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 프랑스 '블라블라카' 갈등 해소, 시장 안착

블라블라카가 기존 운수산업 종사자들을 설득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블라블라카는 유휴 자원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낭비를 줄인다는 '공유경제'의 당초 취지에 충실하도록 고안된 승차공유 서비스다.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강조된 만큼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시장 안착도 가능했다.

블라블라카의 창업주 프레드릭 마젤라는 지난 2003년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방문하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하던 중 동승자 없이 운전자 혼자 탑승한 차량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승차공유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2006년 니콜라스 브루송, 프랜시스 나페즈와 함께 승차공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블라블라카를 출범시켰다.

무엇보다 차량공유를 통해 교통량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예방한다는 비영리적 목적에서 시작한 만큼 블라블라카는 영리적 목적의 플랫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운행거리 및 연료비 등에 따라 가격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가격상한제를 적용해, 운전자가 탑승자로부터 운행경비를 크게 초과하는 수익을 거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주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탑승객이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도시 내 단거리 운행이 주 수입원인 택시와의 마찰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또한 기차보다 75% 가량 저렴한 요금과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이용객들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비영리적 성격으로 인해 블라블라카는 다른 차량공유서비스에 비해 각종 규제와 반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블라블라카는 지난 2010년 스페인 현지 버스조합으로부터 불공정경쟁 혐의로 소송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운전자와 탑승자가 운행경비를 분담하는 비영리적 서비스인데다 자체 기사를 고용한 적도 없다는 점이 주효했다. 결국 블라블라카는 소송에서 승리하고 세계 22개국에서 활약하는 대형 카풀서비스로 급성장했다. 택시업계와의 마찰도 있었지만 택시기사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기존 산업과의 공존에 무게를 둔 방침으로 극복했다.

블라블라카의 사례는 결국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이다. 카풀서비스가 출퇴근 시간 교통량 감소로 모든 운전자의 만족을 증대시키고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공익적 성격에 충실하다면 현재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나 기존 산업과의 마찰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 이권 다툼 벗어나 공유경제 강화돼야

차량공유서비스의 도입으로 택시업계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서비스의 운영시간을 출퇴근 및 심야시간으로 제한했지만, 탄력근무제 확산으로 소비자 요구가 늘어난다면 운영시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일 운영횟수 및 운영시간을 제한해 택시업계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방침이지만, 카풀서비스를 필두로 차량공유서비스가 점차 제도화될 것이라는 택시업계의 공포감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서비스품질이 떨어지는 기존 산업이 신산업에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카풀로 시작해 우버와 같은 본격적인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매사추세츠공대 연구팀이 최근 차량공유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실태를 연구한 결과는 포브스 등 미 경제전문매체들의 분석과는 달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시간당 수입은 8.85달러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어떤 조사가 현실을 더 잘 보여주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자칫 신산업에 대한 과도한 열광이 택시와 차량공유 모두를 추락시켜 낮은 질의 일자리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레버 숄츠 뉴스쿨 교수는 지난 11월 한 강연에서 “그 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우버가 처음에 했던 약속과 달리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교통 체증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차량공유서비스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공익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긱 경제(Gig Economy) 등이 규제 없는 시장을 사적 영역으로 확대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이윤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쓴 소리를 한 바 있다.

이는 결국 공유경제가 유휴자원의 공유로 사회적 낭비를 줄여보다는 공익적 성격과 달리 가장 사적인 부분까지 수익 추구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뼈아픈 진단이다. 공유경제가 가진 공공성을 고려할 때 도입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당초의 취지를 상실한 공유경제라면 더 많은 갈등의 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택시와 카풀의 갈등을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닌 공유경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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