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년 2월 '삼성 제국' 출간을 앞두고 있는 제프리 케인. <사진=제프리 케인 홈페이지>

[코리아뉴스타임즈지난 2010년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 이후 7년 만에 삼성그룹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 출간된다. 이번에는 국내 전문가가 아닌, 한국생활을 경험한 한 미국인 기자가 자기 눈에 비친 삼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지난 2009년, 미국시사매체 ‘글로벌포스트’의 특파원 자격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제프리 케인은 한국 경제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벌’에 매력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삼성그룹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후 케인은 한국에서 보낸 6년 동안 삼성 관계자들을 비롯해 삼성가 구성원들까지 일부 접촉하며 자료를 모았다. 그 결실이 내년 2월 출간될 ‘삼성 제국’(Samsung Empire)이다.

미국인 기자의 눈에 비친 삼성은 어땠을까? 지난 3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케인은 삼성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을 공부해야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의 일인지배체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세습 등 삼성과 북한의 본질이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 케인은 “삼성이 성장하기 시작한 60~70년대 한국은 기존 북한사회와 비슷한 면이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졌고, 보스 1인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운영방식이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케인은 이어 젊은 ‘삼성맨’들이 이러한 사내 문화에 대해 불만이 있음에도 삼성가에 대한 강한 충성심과 삼성그룹에 대한 자부심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군대식 기업문화가 여전히 삼성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인은 삼성의 기업문화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잡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성공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며 “군대식 접근법을 통해 이룬 성장은 일부나마 분명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케인은 “삼성맨의 충성심은 1980년대까지는 중요했다. 봉건제에서나 볼 법한 삼성맨의 충성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더 이상 이러한 경영방식이 통용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케인은 또 삼성의 성공을 시대적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총수일가의 공으로 돌리는 신화화 작업을 재벌체제의 대표적 폐해로 지적했다. 케인은 “일본과 북한을 이겨야 한다는 절박한 시대적 본능이 현재의 삼성신화와 재벌문화를 만들었다”며 “삼성이 자신들의 성공을 ‘가문의 영광’으로 자축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이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성공신화의 이면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희생도 지적했다. 케인은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를 거론하며 “삼성과 거래하기 위해 모든 걸 쥐어 짜낼 수밖에 없었던 중소업체와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에 삼성이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케인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사실을 인상적으로 평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삼성 변화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케인은 “정경유착 등 시대상을 고려할 때 창립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세습은 허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권이 세습되고 회장이 신격화되는 것은 문제다”라며 가족경영을 벗어나 외부 경영전문가를 도입할 것을 조언했다.

‘삼성 제국’은 당장 국내에서 만나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출판사들이 모두 케인의 출판 문의를 거절했기 때문. 케인은 “(삼성보다) 북한을 취재하는 게 더 쉬웠을 것”이라며 “한 군데 출판의사를 밝혀온 곳이 있지만, 그나마 이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자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짐작케 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저작권자 © 코리아뉴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