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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27일 사천성 성도의 한 체육관에서 격투기 강사 서소동(徐曉冬·39) 과 태극권 강사인 위뢰(魏雷·41)가 실전 대결을 벌였다. 중국인들은 그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인들이 긍지로 여기던 태극권이 참패한 때문이다.


결과는 격투기 선수의 완벽한 승리였다. 대결이라기보다는 격투기 선수가 태극권 권사를 그냥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다.

방송 등에서는 대결 시간이 20초 만에 끝났다는데 필자가 볼 때는 딱 5초였다. 기술도 별거 없었다. 그냥 주먹 내지르기 다섯 방에 태극권 고수가 자빠졌다. 격투기 선수가 그 위에 올라타 몇 방 때리고 끝이 났다.


이 대결은 왜 벌어졌을까. 발단은 격투기 강사인 서소동이 “태극권은 사기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태극권 강사인 위뢰가 “태극권은 절대무술이다”라고 반발했다. SNS에서 둘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자 중국의 네티즌들이 나섰다. 네티즌들은 “말만 하지 말고 직접 붙어보라”고 독려했다. 이에 양측이 동의해 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대결에서 이긴 서소동은 “태극권이 시대에 뒤떨어진 무술로 실전 가치가 없다. 언제든 도전하면 받아주겠다”고 의기양양했다. 반면 태극권 측은 “이번 대결이 태극권과 격투기의 대표 대련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인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분노한 한 재력가는 거액을 걸고 서소동을 무찌를 중국 전통무술 고수를 공개 모집했다. SNS에 “서소동을 KO시켜 중국 무림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달라. 승자에겐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주겠다”는 글을 올린 것. 하지만 이 대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무술협회에서 반대하고 나선 때문이다. 무술은 무예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누구를 때려눕히며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필자는 그 배경에 태극권의 명예가 달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태극권이 13억 중국인의 추앙을 받게 된 건 등소평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등소평은 태극권을 자주 연마했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전파했다. 중국인이 존경하는 지도자가 앞장서서 태극권을 연마하니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따랐고, 오늘날 국민무술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태극권은 예전부터 황제들이 보건양신용으로 수련해왔다. 근대에 이르러 누구라도 황제의 비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되면서 국민무술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중국의 아침풍경은 태극권으로 시작된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전국 각지의 공터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인의 삶에서 태극권은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임성수(중국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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