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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음식남녀' 스틸컷>

중의학 (中醫學)에서는 습(濕)과 열(熱)을 대단히 중시 여긴다. 체내에 침투한 습이나 열을 말하는 것이다.


습과 열이 침투하게 되면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데 이 습과 열이 같이 뭉쳐지면 큰 병이 된다.


습을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습은 부지부식간에 몸에 쌓이기 때문에 열이나 한기(寒氣)처럼 스스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습이 몸에 스며들면 몸이 무겁고 여기저기 쑤시고 피곤을 느끼는 증상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중국인들은 십여년 전만 해도 냉장이 잘된 차가운 맥주는 마시지 않았다. 특히 무더운 여름 40도를 넘는 살인적 더위에도 미지근한 맥주를 고집할 뿐, 외국인들처럼 냉장이 팍팍 잘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진 않았다.


이유가 바로 습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한여름 습한 날씨에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몸에 습이 가득찬다고 믿는다. 게다가 높은 온도로 인해 열까지 발생 할 수 있으니 중의학적 관점에서는 기피 대상인 것이다.


실제로 중의학에서는 여름철에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비장과 위장을 상하게 해 몸에 이롭지 않다고 가르친다.

중국인들은 습을 없애고 말리는 역할을 하는 식습관으로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사천성(四川省) 음식이다. 사천성하면 매운음식으로 소문났는데 실제로 매운 음식이 발달된 근저에는 중의학적 사고가 깔려있다.


사천성은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써 습이 매우 높다. 사천성 사람들은 맵고 뜨거운 음식을 수시로 먹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습이 체내에 쌓이지 않게 의식동원(醫食同源)의 이치를 실천한다.


중경의 유명한 화과(火锅)같은 음식이 대표적 예다. 매운 고추에 산초 등을 잔뜩 넣은 이 음식은 마라(麻辣)라 불리는데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얼얼하고 맵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덥기로 유명한 곳을 삼대화로(三大火爐)라 불렀다. 중경(重慶) 무한(武漢) 남경(南京)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지금도 장강(長江)유역 동쪽 대부분이 덥고 습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때문에 장강을 따라 위치한 지방들의 음식 문화는 습을 막고 열을 내리는 음식이 많다. 땀을 많이 흘리기에 짠 음식을 찾고 녹두죽을 상시 복용해 열을 내린다.

음식과 의학은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삶 역시 기후와 토양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음식문화가 형성된다. 그렇게 보면 사천성의 매운 음식은 수천년 지혜가 쌓여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임성수(중국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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